올들어 굼불을 10여일이 지난 것 같다.
땔감은 남원까지 가서 사온 편백나무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고
좀 있다가 참나무를 한 더 사려고 한다.
산이 지척인데 나무를 사오는게 이상한 것 같기도 하지만
저 산이 다 내 산이 아닐 뿐더러 산에서 나무를 잘라서 잔가지를 따내고
굵은 둥치를 장만해서 차에 싣기까지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.
이번에 장만한 편백나무는 제재하고 남은 둥치들인데
임협소장 말대로 참 좋고 비싼 나무다.
나무결이나 때깔이 좋을 뿐더러 향도 좋아 고급목재임에 틀림이 없다.
불 때기엔 참 아까운 나무다.
불담도 좋고 연기도 덜 난다.
습기에 강해서 욕실자재로 쓰기도 한다고 한다.
하루종일 아궁이 주위를 정리해도 다 정리되지 않았다.
불때기 아까워 한 쪽에 치워둔 나무가 어지럽게 쌓여 있어 일제 정리에 들어갔다.
이 참에 아껴둔 그 나무들로 이것 저것 만들었다.
석가래 똥가리로 다락 난간대를 만들었고
엠디에프 합판 조각으로 수납박스를 만들었고
합판과 각재로 작업대를 만들었고
집사람 친구가 결혼기념으로 사준,낡은 서랍장으로는 벽에 붙이는 공구 선반을 만들었다.
뭐든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데
버리기에 아까워 아껴둔 것들이
어디에 소중히 쓰일 때는 참 기분이 흐뭇하니 좋다.
하지만 쓰이기 전까지는 공간을 차지한 채 쌓여 있어 차칫 지저분해지기 쉽다
살아 갈 수록
이런 저런
짐은 늘어만 간다.
짐은 잘 다스리면 힘이 되고 못 다리면 짐이 된다.
자기 능력에 맞는 삶의 보따리 크기를 빨리 알아차려야 한가한 삶을 즐길 수가 있을 것이다.
짐을 늘리다 보면 줄여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정리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.
아궁이 주위가 정리되려면 2-3일은 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.
한가하고 정돈된 아궁이 모습을 만들어야 겠다.